
2005년에는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서, 멋진 공연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습니다. 그래서 신 들린 듯 제 흥에 겨워 어찌 어찌 공연을 했습니다. 해가 바뀌어 다시 그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았고 취기에서도 약간 깨어난 듯 합니다. 이번 공연은 제스스로 ‘나’로부터 빠져나와 ‘타인’이 되어 ‘나의 내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왜 「대지의 여신」을 상상하고 재현하려고 했을까? 꿈을 놓지 못해서 더 아픈 여자, 아이를 버린 여자, 이별의 아픔을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여자아이에게 왜 그리들 집착했을까?
내몰고 저버리고 파괴하는 이 세상에서 생산하고 품고 떠받치는 질펀한 땅의 여성성에 대해, 끝없이 밑바닥으로 내몰린 그 작고 약하고 낮은 자들의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 가장 낮은 곳에 있으려 함으로써 얻게 되는 영혼의 위안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무대에는 검붉은 땅을 버티고 선 거칠고 투박한 나무 한 그루 있습니다. 그 뒤로 찌그러지고 내려앉고 누군가에 의해 동강 난 창들이 뻥 뚫린 마음처럼 객석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대지의 여신」은 그 곳으로 어머니 음성같은 바람의 소리를 몰고 옵니다. 작고 여린 이들의 상처와 절규를 지켜봅니다. 시와 노래를 들려줍니다. 쉬어가라고, 돌아오라고 노래합니다. 아이의 이별의 아픔을 달래주며 함께 길을 걷습니다.
W의 시선이 머물렀던 그 곳에서 파릇파릇한 싹들의 틔움 소리가, 그 여린 아우성이 대지에 아련히 울려퍼지길 바랍니다. --- 구성연출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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