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마당극놀래
2024 학산마당극놀래
| 제목 | 제10회 학산마당극놀래 현장기록(리뷰) - 공규현(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 차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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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학산문화원 | 작성일 | 2023-09-11 | 조회수 | 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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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마당’의 에너지가 새로운 10년 동안에도 계속 활활 타오르기를 제10회 학산마당극놀래 현장기록(리뷰) 공규현(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 차장)
마당은 자유다. 마당은 이야기주머니다. 마당은 만남이다. 1. 마당은 자유다. 전통적 공연장 형태인 프로시니엄 무대는 양쪽으로 기둥을 세우고 중앙에 무대를 마련한다. 프로시니엄 무대는 그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무대에 서는 공연자에게도, 그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긴장감을 준다. 프로시니엄 무대는 기둥과 무대라는 형식으로 인해 태생적으로 전문적 무대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무대의 예술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그로 인해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에 대해 평가의 기준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프로시니엄 공연장에서 관객은 공연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 형태에 머무른다. 마당은 다르다. 우선 기둥이 없고 정해진 무대의 형식과 크기가 없다. 그로 인해 무대에서 행해지는 공연의 형태에서도 자유로움을 갖게 된다. 우리가 문화와 시민의 관계성에 대해 논할 때, '문화의 민주화' 또는 '문화민주주의' 두 개의 양가적 측면으로 이야기한다. 문화의 민주화란, 상류층이 즐기던 예술을 시민들에게도 보급하자는 이론으로, 시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리고 시민은 예술을 즐기는 객체로써 정의된다. 반면 '문화민주주의'는 시민을 문화의 주체로 바라보며, 시민으로부터 문화가 시작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마당은 공연장의 형식 면에서 전통적 공연장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공연자는 마당에 있을 때 전형적 공연장에서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마당에서는 공연자뿐만 아니라 관객도 공연에 참여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즉, 관객은 수동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공연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공연을 완성하는 주체로 승화된다.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은 형식에서 자유로운 만큼, 평가에서도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시민들의 창작공연은 미학적으로나 형식 면에서 다소 미흡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내 공연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은, 공연장의 태생적 특성으로 인해 공연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측면이 있지만, 공연의 디테일이 더 잘 보이게 되어 관객이 공연내용을 좀 더 엄격하게 평가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의 경우, 시민창작공연의 미흡함은 무대의 자유로움으로 인해 어느 정도 상쇄되고, 관객 또한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공연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시민들이 만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역할에 있어 마당이 실내 공연장보다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느낌이다. 학산마당극놀래는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데 그만큼 공연장소도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1~2회 주안역, 3회 시민공원, 4회 수봉공원 인공폭포를 거쳐 5회 옛 시민회관 야외무대, 6회 학산소극장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에 진행된 7~8회 행사는 유튜브 공연으로 개최되었고, 작년 9회부터는 수봉공원 인공폭포 앞 특설무대로 옮겨 치르게 되었다. 10년간 다양한 장소를 거쳐오면서 마당극의 형식과 가치를 실험해온 놀래는 수봉공원 인공폭포 앞 특설무대에서 마당극축제로서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찾은 느낌이다. 수만 명이 모일 수 있는 대규모 공간은 아니지만, 시민창작공연을 올리고 집중하기에는 안성맞춤의 공간이다. 다만 공연팀별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이 다르기에 공연별로 관객의 몰입도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부분은 10회를 맞은 놀래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2. 마당은 이야기주머니다. 학산마당극놀래에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있다. 골방에 모여 동아리 구성원 예닐곱 명이 모여 연습할 때는 소소하게만 느껴졌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마당에 올라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일파만파 퍼지며 힘을 갖는다. 한두 명일 때는 작아 보이기만 했던 이야기들이, 마당에서 관객들을 만나 확대 재생산되면서 열배 백배의 파급력을 갖는다. 그리고 마당에서는 작은 이야기도 소외되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전쟁이 싫다는 이야기도 힘을 얻고, 승기천 화장터에 사는 고양이와 강아지 영혼들이 나와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승기천에 사는 물고기들이 힘들어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내용도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실내 공연장에서 들으면 무겁고 버겁게 느껴졌을 정치적 이슈를 확 트인 마당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로 풀어내니 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들리며 오히려 페이소스가 진하게 느껴진다. 마당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의 힘이 시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또 다른 시민과 만나게 해주니, 어려운 정치적 이슈도 부담스럽지 않게 매조지 된다. 각자의 공간에서 혼자 삭히던 삶의 이야기들이 거칠면서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툭툭 튀어나온다. 때로 너무 거친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내용들이, 마당에서는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3. 마당은 만남이다. 현대사회는 초연결사회다. 인터넷이라는 정보네트워크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것이 일상인 시대다. 하지만 초연결사회에서 시민들은 오히려 고립되어 간다. 취업의 어려움, 결혼 기피 등으로 청년 세대에서는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어, 이제 청년들은 고립감을 익숙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당은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작지만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시민은 다른 시민의 삶을 만나게 된다. 신문에서 잠깐 보고 흘렸을 누군가의 아픔이 마당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마당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싫다며 평화를 갈구하는 아이들도 있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아이를 사랑하고 잘 기르고자 고군분투하는 시각장애인 어머니도 있고, 길가에 버려진 존재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전세 사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고양이와 강아지 영혼들의 생경한 모습도 있다. 마당에서는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들을 만날 수 있다. 4. 맺음말 마당의 자유로움과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만나게 해준 학산마당극놀래의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행사를 치르고, 코로나19로 축제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유튜브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축제를 꾸준하게 이끌어온 미추홀학산문화원 임직원, 그리고 축제의 주체이자 원동력인 예술가와 시민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작지만 단단한 축제로 학산마당극놀래가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매년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학산마당극놀래의 뜨거운 에너지가 새로운 10년 동안에도 계속 활활 타오르기를 바라마지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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