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마당극놀래
2024 학산마당극놀래
| 제목 | 제10회 학산마당극놀래 현장기록(리뷰) - 김종현(사회적협동조합 삶은 연극 이사장) | ||||
|---|---|---|---|---|---|
| 작성자 | 학산문화원 | 작성일 | 2023-12-04 | 조회수 | 129 |
|
학산마당극놀래 10년을 바라보며 김종현(사회적협동조합 삶은연극 이사장)
열 번째 열린 학산마당극놀래를 보면서 문득 “판굿”이 떠올랐다. 전통농악에서 걸립패나 남사당패들이 갖가지 놀이를 순서대로 짜서 판놀음에서 솜씨를 보여주기 위해 벌이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판”을 “마당”으로 “굿”을 연극으로 해석하면 희한하게도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도의 경제 성장 아래 농촌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거대도시로의 끝없는 엑소더스가 이어졌다. 적자생존, 무한경쟁, 물질만능이 횡행하며 도시는 공동체의 가치, 자기 성찰의 기회와 함께 일상의 각박함을 일탈로 풀어주는 판굿을 잃어버렸다. 판굿의 강력한 문화력이 사라진 대신 도시는 각자도생의 얄팍하고 위험한 문화에 젖어들었다. 남도의 마을마다 아직 남아있는 판굿이 올곶이 그 곳 주민들의 삶과 함께 이어진 것 처럼 거대도시 인천에서 미추홀구에 존재하는 마당극 축제의 존재 이유이다.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은 삶의 많은 위안과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함께 기억하고 추억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미래가 희망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의 삶에 익숙해 진 우리의 일상에서 공동체란 무엇이고 무엇을 함께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본다. 그 질문에 대한 답 중에 하나가 미추홀구의 마을 마을마다 존재하는 “마당극놀래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판이 이번엔 인천 최초의 아파트로 명성을 구가했던 AID아파트가 사라진 자리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 도서관이 생기고 인공폭포가 생기고 산책로가 생기고 공원이 생긴 그 시간들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 잔치는 이루어 졌다. 마을의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어 춤과 노래와 연극과 풍물을 배우고 익힌다. 그 과정에서 참여자는 자신이 품고 있는 새로운 면모와 가능성과 함께 성취감을 느낀다. 이렇게 만들어 진 다양한 볼거리를 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과정은 행위자이면서 관객이 되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의 경험을 재미와 함께 만들어 준다. 그리고 “판”이 끝나고 난 후 돌아간 마을의 일상에서 새로운 “판”이 시작되고 이것이 공동체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하나의 씨앗이 된다. 이것이 학산마당극놀래가 10년동안 존재하며 변함없이 바라며 지켜온 “뜻”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어디어디가 춤을 찰 췄네” “아무개가 연극을 잘했네” “어느 동이 풍물을 잘 쳤네” 하며 결과물의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같은 마당에서 행위자와 관객의 입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같음과 다름을 경험하게 되고 땀 범벅으로 무대를 이어가는 행위자와 이를 응원하고 공감하는 관객의 역할로 마당을 함께 채워나가는 것. 이것이야 말로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마을의 상황, 지도강사의 전문성, 참여하는 주민의 면면에 따라 각양각색의 공연이 만들어졌다. 마을공동체 활성화에서 자주 듣는 “천 개의 마을이 있다면 천 개의 방식이 있다”란 말을 새겨 본다. 이른바 다양성과 정체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지만 이걸 강의실에서 골백번 들어봐도 이해 하기 힘든 “뜻”을 “판” 에서 “굿” 을 통해 “풀”어주기 위한 10년의 끈기. 그 “판”을 10년동안 깔 수 있었던 미추홀구의 저력이 돋보이는 자리에서 학산마당극놀래가 지역공동체에 어떤 역할을 했고 존재했는가를 다시 주저리주저리 논하는 건 시간낭비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개인적인 소회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베트남 커뮤니티 “클로벌”의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객석 어디선가 카랑카랑한 어린아이의 소리가 들렸다. “이모, 이모, 이모” 평소에 이모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무대에 등장해서 그 상황이 어리둥절 한 아이의 반응 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응대를 해 주던 그 “이모”는 응대는 커녕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무대위의 배우로써 할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객석 뒤에서 이모를 부르던 그 아이와 그 아이 또래의 다른 아이가 합세하고 무시하는 것에 짜증이 났는지 더 큰 소리로 “이모”를 부른다. 급기야 울상이 되어 점점 객석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해프닝이 시작되었다. 무대에 난입해서 그 “이모”를 붙잡아 흔든다. 다른 아이는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그래도 연극은 계속 된다. 아이들을 제지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연극은 계속 된다. “이모”의 역할이 끝나고 퇴장하자 아이들도 따라 나가며 해프닝은 끝이 났다. 현장성을 가지고 있는 연극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동안 있을 수 있는 다양한 해프닝 중의 하나이지만 이 해프닝이 마을을 가감없이 정의해 주는 상황으로 읽혔다. 정해진 일과 역할이 있고 충실히 수행해 가는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며 목표를 달성하는가. 진행요원이 바로 아이들을 제지하고 무대 밖으로 쫒아내서 연극이 잘 이어져 가기를 바라는 사람들 보다 그냥 그대로 “날 것” 그대로의 그 모습이 마을 답고 마당극 다운 모습이 아니었을까? 1회 축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당시 기억으로는 다문화커뮤니티의 퍼레이드를 비롯해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이어졌다. 그 때에 비해서는 행사 규모나 행사장의 상황이 상당히 축소되어 있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그간 이런저런 상황들이 있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겉모습이 알맹이를 전부 보여줄 수 없다. 해를 거듭하면서 알맹이가 채워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벗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컸다. 같은 문화판에 있는 사람으로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았지만 문화계에 처해진 작금의 상황(코로나 3년 그리고 그보다 더 한 내년 문화계예산)을 본다면 응원과 격려를 보내며 상생함이 바람직하다. 문화판엔 속된 말로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돈이 없지 OO이 없냐?”. 이 말은 문화활동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을 바탕으로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목표를 고집스럽게 이어간다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다. 10번째 마당이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11번째 마당이 준비 될 것이다. 11번째 마당은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면서 100년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리고 숫자의 모양처럼 1과 1이 만나 꼿꼿이 서서 함께 나가는 학산마당극놀래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
|||||
